

정복동은 억울하다. 한평생 제대로 공부도 못 하고 본인은 물론 형제들까지도 공직에는 나갈 수 조차 없었다. 홀어머니는 평생 가난했지만 자식들을 악착같이 키웠다. 학교는 변변히 못 다녀서 좋은 직장, 편한 일자리는 꿈도 못 꿨다. 자라면서 동네에서는 빨갱이자식이라고 손가락질 당하며 눈치 보며 살았다. 식구들은 다 쉬쉬했지만 복동은 그 억울함을 참지 못 하고 종종 싸움을 벌였고 순탄치 않은 학창시절을 보냈다. 동네 사람들 가운데 알 만한 사람들은 그의 아버지가 진짜 착한 사람이었다고 위로하기도 했다. 운동을 잘 했던 복동은 체육관을 차리고 결혼도 해서 그럭저럭 안정적인 가정을 꾸리고 살았다. 민주화가 되어서 세상이 좋아졌다고들 하면서 복동은 아버지 한을 풀어드리자고 마음 먹었다. 전쟁 통에 복동의 아버지는 좌익 자위대원들이 죽인 어떤 이의 시신을 강압에 못 이겨 묻어주었다. 좌익들이 물러간 뒤에 그는 직접 살인을 한 자위대원으로 몰려서 악질 빨갱이라는 누명을 쓴 채 엄청난 고문을 당하고 옥살이를 치러야 했다. 출옥 후에도 제대로 된 삶을 살 수 없어서 시름시름 앓다 죽었다. 그 뒤로 자식들마저 연좌제의 멍에에 걸려 험난하게 살아 온 것이다. 복동은 부친 등의 부역조작의혹사건에 대한 진실규명 청구서를 제출하고자 마을 사람들로부터 증언을 들으려 한다. 그 과정에서 당시 이들에게 누명을 씌우는 데 앞장섰던 이들과 강제로 부역행위를 하게 했던 이들, 이들의 억울한 사연을 방관하고 외면했던 이들 등, 여러 부류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온갖 어려움을 겪는다. 결정적으로 당시 좌익 활동을 했던 이들의 증언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이들은 계속 말을 바꾸며 상황을 회피하려고만 한다. 처음에 남편의 마음을 이해하고 도와주던 아내도 아내는 희망 없는 싸움에 지친 나머지 아이들을 데리고 집을 나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