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서운 바람에 요동치는 비닐하우스. 그 안에서 정섭이라는 늙은 예술가가 살고 있다. 기름때 묻은 전기톱과 눅눅한 붓, 그것들로 만들어진 그의 작품들은 여인의 나체 형상을 하고 있다. 외설과 예술의 경계에 서있는 자신의 작품으로 인해 마을 주민들에게는 멸시를 받고, 아내와 딸에게는 불신과 증오의 대상이 되어 결국 늦은 나이에 홀로 지낸다. 사무치는 고독함을 이겨내기 위해 혼잣말을 하거나 작업에 더욱 매진할 뿐 멸시와 가난함에서 벗어날 기미는 찾을 수 없다. 그저 흐릿한 희망으로나마 아내와 합치고 행복한 과거로 돌아가고 싶을 뿐 자신의 작품을 가지고 미술관 학예사와 상담을 한 것도 수십 번, 이번에도 연락이 없다. 이제는 출세의 절박함보다는 자신의 작품을 알아주는 사람들을 위해 그림을 그리고 나무를 깎는다. 그 작품의 음탕한 면모만을 치켜세우고 작품을 사가는 모텔사장은 정섭의 작품을 자신의 가족이나 지인들에게 숨기기 위해 모텔 방에 숨겨놓고 성적감상만을 한다는 고백과, 오래간만에 찾아온 딸은 공격적인 말투로 설교를 하더니 정섭의 아내가 재혼을 한다는 얘기를 전해준다. 그 말에 행복과는 완전히 멀어져 가는 자신의 상황에 오열하고 만다. 정섭은 참을 수 없는 모멸감에 작업실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홧김에 작품들을 불태워 버리면서 미친듯이 작업에 몰두할 때... 전화벨이 울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