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간에 끼인 것에 대하여, 혹은 결론을 내릴 수 없는 것에 대하여 에는 재일조선인과 고국으로 돌아온 국외입양아, 그리고 고려인의 후손이 등장한다. 그들의 뿌리에는 한국이라는 나라가 존재하나 태어나고 자란 곳은 다른 사람들이다. 과거 전쟁과 피난, 약탈과 강제이주, 사회의 불안한 성장으로 비롯된 역사의 이주자들은 열차의 한 칸에서 만난다. 무엇이 이들을 한 곳에 몰아놓았을까? 디아스포라는 이제 세계화 속 현대의 보편적인 현상이다. 과거에는 자발적인 이주보다 정치적, 경제적인 이주가 대부분이었는데 한국에 들어와 있는 대다수의 이주자들은 이제 자유의지를 통해 스스로 살고자 하는 곳을 선택하여 살고 있다. 인물들의 이야기는 강렬하게도 우리의 삶의 역사와 현재를 상징적으로 나타내며, 그로 인해 앞으로 어떻게 살지, 지금 어디에 살고 있는지에 대한 정체성에 대한, 존재적 근원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는 드라마를 기반으로 사건을 집요하게 접근한 방식과 달리, 그 집요한 사건들의 여러 나열들 속에서 살아있는 인물들을 무대 위에 올려놓고 정확하게 집중한다. 그렇기에 작품에서는 인물들의 의지와 정착을 하기로 결정을 내린 자신의 정체성을 주체적으로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물론, 국외입양아들의 죽음과 동포 노동자들의 죽음과 같으 현실은 살아있는 자들에게 삶의 가치에 대한 혼란을 주기도 한다. 작품은 철학적이며 추상적인 감각들을 흩뜨려 놓고, 관객들로 하여금 사유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한다. 관객들은 ‘나 자신의 존재는 어디서 시작하였으며 어디로 가는가?’ 라는 공동의 질문을 갖게 된다. 열차의 맨 마지막 칸에 모인 이주자들은, 서로가 서로를 통해 자신의 모습을 본다. 결론을 찾아 떠났던 사람들은, 결국 결론을 내는 주체는 “나”이고, 결론을 받아들이는 주체도 “나”라는 것을 깨닫는다. 그러면서 결론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고 끊임없는 뫼비우스의 띠를 돌고 있는 순환임을 받아들인다. 누군가의 추락사고로 멈춰져있는 열차 안, 저마다의 짐을 안고 어디론가 가려는 사람들이 모여 있다. 고려인의 후손으로 한국에서 정착하려 했던 남매 명과 만삭의 연화, 그리고 미국에서 자란 스티브와 소피아, 그리고 노년의 사나이는 마지막 칸에 함께 있다. 명이 읽는 책에는 전쟁 속 한 사내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이야기는 열차에서부터 시작되고 다시 열차로 돌아와 또 다른 시작을 만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