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샤 노먼(Marsha Norman)은 그녀의 작품들을 통해, 기존의 남성 중심사회 속에서 갇혀 지내야 했던 여성들의 억압과 정체성의 문제를 재현해 냄으로써 평범하고도 일상적인 듯 보이는 여성들의 삶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해 준다. 그녀의 초기 작품들은 실험적이고 독특한 기법을 통해 사회를 향한 여성들의 외침을 강조했던 반면, 이후의 작품들은 보다 사실주의적인 형식으로 섬세한 심리 묘사와 등장인물 간에 주고받는 대화 등을 앞세워 여성 스스로의 자각과 나아가서는 ‘주체성 찾기’라는 본질적 문제에 도전한다. 노먼의 대표작인 『잘 자요, 엄마』역시, 자살을 결심한 딸과 이러한 딸의 마음을 돌려보고자 애쓰는 엄마 사이의 대화를 통해 자주적 존재가 되고자 하는 여성의 문제를 진지하게 다루고 있다. ‘표면적으로 보이는 극의 구조는 모녀사이의 대화가 전부인 다소 평이한 형식’이지만, 90여분 동안 진행되는 작품은 절묘하게 짜여진 소나타처럼 불가피한 결말을 향해 치닫다가 자기 생명에 대한 유일한 권리-자기 목숨을 스스로 처분할 권리-를 역설하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하지만 딸의 자살과 딸이 생각하는 죽음의 의미는 삶으로부터의 도피가 아닌, 그녀가 추구하는 목적이며 자발적인 선택에 의해 이루어진 결과물이다. 특히 엄마의 입장에서 딸의 삶을 위해 베풀고 견디고 싸우다가 끝내는 그 딸의 자살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엄마의 고통과 엄마로서의 정체성의 과정을 섬세하게 묘사하고 이 극작품의 갈등은 여성만이 겪는 두 모녀의 특별한 것이라기보다는 인간으로서 겪을 수 있는 문제로서의 탁월한 보편성을 띄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