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위스 연출가 크리스토프 마탈러는 섬세한 아이러니와 불일치의 미학으로 세계적 반열에 올랐다. 그가 이번에 베를린 민중극장과 협업하여 만든 작품에서는 우리, 즉 평범한 사람들의 욕망과 꿈, 소망에 대해 다루고 있다. 테사 블롬슈테트는 여러 나이대의 여자들을 대변한다. 그녀는 진실한 사랑의 불가능성을 알면서도, 이를 꿈꾼다. 공연은 절망적인 비극이었다가도, 클래식 음악과 유치한 팝 음악이 흘러나오고, 진실된 감정을 갈망하며 노래하다가도, 키치한 감정의 소비주의적 해소로 치닫는다. 무대에는 탁월한 연기와 과장된 슬랩스틱이 공존한다. 크리스토프 마탈러는 삶의 단면을 보여준다. 그가 말하는 삶은 지치고, 실망스럽고, 절망적이지만, 때로는 그 너머에 뭔가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얄팍한 희망도 늘 존재한다. 그의 반영웅(anti-hero)들은 부르주아적이고, 반동주의적이며, 이기적이고, 비겁하지만, 지극히 사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