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어의 단일화를 맞이하며 각국 고유의 언어는 석 달마다 하나꼴로 사라지고 있다. 언어는 정보와 지식의 매개체이기 이전에, 한 사람의 생각과 사회를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틀이다. 소멸과 변화는 아슬아슬한 경계를 오간다. 전통은 동시대의 동력에 의해 끊임없이 재탄생될 때 그 명맥을 유지할 수 있다. 서울에서 활동하는 음악가이자, 비빙, 어어부밴드 등 음악 단체의 창립자인 장영규는 사라져가는 목소리들에서 근대의 도래와 함께 변방으로 밀려난 소수의 언어와 지식을 오늘로 소환하고자 한다. 사라져가는 암묵지들의 동시대적 변주가 다시금 미래를 상상할 수 있는 매개가 되기 때문이다. 이 프로젝트는 오래된 미래에 대한 탐색이다. 다섯 개의 아시아 국가에서 활동하는 다섯 명의 음악가들이 사라진 기억으로만 전수되는 지혜를 추적한다. 본 프로젝트의 큐레이터인 장영규는 일본의 사운드 아티스트 아사창과 함께 이어도라는 불확실한 영토에 대한 사운드 작업을 진행하며, 발화된 목소리의 채집과 편집을 통해 존재와 소멸, 변화를 이야기한다. 레바논에서 활동 중인 사운드 아티스트 라에드 야신은 잃어버린 코란을 비롯한 중동의 소리를, 필리핀 일렉트로닉 디제잉 아티스트인 칼리프8은 필리핀의 많은 지역과 거리에서 사라져가는 전통과 소리를, 우즈벡에서 활동하는 아티옴 킴은 불확실한 국적과 국가 환경 아래 사라져가는 정체성에 주목한다. 다섯 명의 음악가는 이 리서치를 바탕으로 작곡하고, 그 과정을 서로 주고받는다. 이 재료들이 순환되는 과정에서 원본에 새로운 레이어들이 덧입혀지고 작곡가들은 서로 만나 결과물과 작업 방식을 공유한다. 전례 없는, 이 독특한 작곡 방식을 선보이기 위한 최적의 형식은 무엇일까? 소멸 직전에 이르렀던 것들이 어떻게 복원되고, 더 나아가서 어떻게 미래와 연결되고 확장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