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신자 아파트에 외롭게 사는 여자 ‘유화이’는 깊은 밤, 생방송 라디오에 전화를 건다. 엉뚱한 답변으로 DJ를 당황하게 하더니 사연을 이야기하며 급기야 울어버리는 유화이. 야속하게 끊어진 수화기를 붙들고 울다 지쳐 잠든 화이의 아파트에 초보도둑 ‘장덕배’가 들어온다. 모든 상황이 서툴기 그지없다. 열려있는 문, 훔쳐갈 물건 없는 살림, 도둑의 존재를 문득문득 잊어버리는 용감한 주인. 여기에 질세라 군대를 갓 제대하고 도둑전선에 뛰어든 '장덕배'는 도둑이라고 칭하기에는 너무나 소심하고 인정어리다. 숨겨진 비상금 위치를 가르쳐주는 주인, 훔친 돈을 몰래 지갑에 넣고 가는 도둑. 그들은 서로의 신분과 상황도 잊은 채 마음의 문을 열어나간다. 한편 아래층에 사는 남자 김추락은 무관심한 세상을 향한 한바탕 자살소동으로 이어지고, 경찰은 엉뚱하게 한층 위에 사는 화이 집 문을 두드린다. 구애하기 위해 찾아온 영업사원 서팔호는 덕배의 달변에 쫓겨나게 되고, 이른 새벽 딸을 찾아온 아버지는 덕배를 남자친구로 오해하며 손을 맞잡아준다. 길었던 밤이 지나고 어김없이 찾아온 새벽. 달려나가는 덕배를 보내고 혼자 남은 유화이. 열린 문을 바라보며 덕배가 남기고 간 스타킹을 뒤집어쓰며 쓸쓸하게 웃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