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대 위에 한 쌍의 스크린이 서 있고, 그곳에는 남녀가 비춰진다. 남녀는 어제까지 이 극장에서 공연되었다고 하는 예전에 둘이 살던 방을 무대로 만든 어떤 연극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눈다. 그러나 이들이 이야기하는 것은 연극=허구라는 이야기인가, 혹은 두 사람의 생활=현실에 대한 이야기인가. 스크린에 영사된 허구의 공간과 극장이라는 현실의 공간이 서로를 침식하고, 문득 어느 순간 없어야 할 배우의 낌새가 느껴진다. 그들이 만들어내는 대화가 무대 위에서 만들어내는 현실과 허구, 현재와 과거, 존재와 부재. 그것들은 모양을 바꿔가며 틈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