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작품에 대하여 1인극 “어머니 날 낳으시고”는 일란성 쌍둥이 영란, 정란의 삶과 두 자매의 회고를 통해 가부장적 제도 아래 억눌려 살다 간 어머니의 거친 삶을 살갑게 그려냅니다. 언니 영란이 발표한 ‘어머니 날 낳으시고’라는 소설이 문학상을 받게 되자, 이를 취재 온 모 여성지 기자와의 인터뷰가 극의 얼개를 형성시킵니다. 아들을 낳으려고 작은 부인을 얻은 아버지, 이 바람에 뒷전으로 밀려나며 겪는 어머니의 수모, 결국 뒤늦게 쌍둥이 자매를 낳았지만 아들을 못 낳았다는 이유로 소박을 맞게 되는 어머니. 진부하다고 쉬이 이야기하기엔 오래 동안 이 땅의 여성이 겪어 온 무게 있는 삶의 증언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이야기를 싸고 돌며 드러나 보이는 70년대 달동네 사람들과 철거민들의 삶, 80년대 노동자들의 속 앓이 등은 어느 틈에 관객에게 다가서며 어제를 통해 오늘을 새로이 들여다보고 만나게 합니다. 이 작품은 한 사람의 배우가 두 사람의 일란성 쌍둥이 역과 어머니를 비롯하여 역술인, 달동네 사람들 등 총 아홉 명의 등장인물을 밀도 있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관객은 여느 1인극처럼 한 배우가 여러 인물을 들고 날 때의 재미 뿐 아니라, 1인칭 화자의 교차를 통해 두 사람의 관점을 접할 수 있는 독특한 구성의 1인극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 작품의 특징 이 작품은 인칭 교차극 형식으로 진행되는 1인극입니다. 서구적인 개념의 모노드라마(1인극)는 구성되는 인물이 몇 명이든 모두 한명의 1인칭 화자의 입장에서 다른 인물을 그려냅니다. 그러나 “어머니 날 낳으시고...”는 중심인물인 영란역과 정란역이 각각 1인칭을 유지하며, 나머지 역할들을 1인칭 화자의 관점에서 구성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다시 말하면 영란, 정란 두 자매는 각자가 1인칭 시점에서 말하는 인칭교차 기법으로 진행되고 나머지 역할, 예컨대 어머니에 대한 기억, 달동네 사람들이 주로 영란의 시각으로 재현되지만, 어떤 때는 정란의 시각으로 드러납니다. 이 때 두 사람의 화자는 각각이 ‘나’로서 화자의 인칭이 교차됩니다. 이러한 인칭교차기법은 판소리에서 종종 사용되어지는 방법으로 창자는 모든 인물을 1인칭 즉, ‘나’의 관점으로 표현합니다. 이몽룡은 이몽룡의 관점으로, 춘향은 춘향의 관점으로 각기 상대를 보는 것입니다. 극은 두 여자(일란성 쌍둥이 자매)가 사는 낡은 서민 아파트 실내에서 진행되는데 어머니의 3주기 제삿날, 신인문학상을 탄 언니가 취재 온 기자에게 들려주는 어머니와 동생의 이야기에 덧붙여 두 자매가 과거를 회상하는 것이 재현되며 전개됩니다. 이 때, 기자의 취재에 응하는 영란의 이야기는 판소리 ‘아니리’에 해당되고, 재현되는 장면들은 ‘창’과 ‘발림’의 사용이라고 보면 됩니다. 무대 위에 등장하는 배우는 한 명이지만 두 사람의 여성을 각각 1인칭으로 교차시키는 기법은 판소리의 창자가 여러 인물들을 1인칭으로 유지하며, 교차시키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