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은 유한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것을 망각한 채 살아간다. 연극을 보는 동안 극장 안에 있는 모든 이들은 지구멸망 한 시간 전이라는 가상의 상황에 처한다. 하지만 무대에 있어야 할 배우는 객석에 있고, 객석에 있어야 할 관객은 무대에서 객석을 바라보고 있다. 이 낯선 상황은 연극을 ‘보러’ 온 이들을 ‘생각’하게 한다. ‘왜 나는 여기에 있을까’ ‘저들은 저곳에서 어떤 이야기를 할까’ ‘내가 저곳에 있었다면 어떻게 했을까’ 노부부, 연인들, 갑과 을. 각자의 삶 속에서 익숙하게 맺어온 관계 안의 이야기에 경험으로 공감하고 끊임없이 입장을 바꿔보며 함께 삶의 끝을 향해 달려 나간다. 이미 살만큼 살아온 노부부와 사랑이 식어버린 두 연인, 조금의 긴장감도 놓을 수 없는 채권, 채무자 갑을의 관계. 이들은 한 아파트라는 공간 속, 서로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곧이어 닥친 충격적인 지구멸망 소식에 모두가 혼란에 빠지게 되는데... 이들에겐 오직 한 시간이란 시간만이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