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기말적인 불안을 냉소로 풀어낸 오스카 와일드의 1895년 작 은 오늘날 어떤 풍미를 품을 수 있을까? 러시아의 문제아 콘스탄틴 보고몰로프가 만들어내는 러시아 연극의 현주소는 풍부한 감성과 견고한 연출력, 그리고 그 재료가 되는 러시아의 용광로 같은 현 세태로 짜인다. 체홉과 파우스트가 곁들여진, 에 대한 그의 해석은 “와일드를 무덤에서 살아나게 할 정도”로 원전에 파격적인 생명을 불어넣었다고 평가 받았다. 주로 모스크바의 체홉예술극장에서 공연되는 그의 연출작들이 최근 연이어 러시아에서 폭발적인 인기와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보다 결정적인 이유는 러시아의 오늘을 향한 날카로운 풍자의 비수 때문이다. 거침없고도 기묘한 그의 풍자는 두터운 통찰력으로 뭉쳐져 있다. 관객의 역할은 우선 대책 없이 웃는 것이다. 가차없는 배설은 어느 순간 예리한 사회적 통찰이 되어 뒤통수를 친다. 통렬한 해학은 화려하고도 탄탄한 내공 연기로써 지탱된다. 웃음은 일방적인 조롱에 멈추지 않고 인간에 대한 깊은 연민을 동반하기도 한다. 그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에 대한 새삼스런 경이와 경악이 되어 공명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