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로부터 설치미술로 작품의 경계를 넓혀온 차이밍량은 이번 무대연출에서 당나라의 승려 현장(玄奘)의 행보를 좇는다. 인생을 덧없이 함축하는 협소한 무대 공간에서 현장을 연기하는 이강생은 인간의 가장 단순한 행위를 전람한다. 아니 그저 행한다. 승려가 인생에 상응하는 잠에 침잠해 있는 동안, 화가는 그가 잠든 바닥을 두려움으로 검게 채운다. 내면과 외부의 경계에 빠진 승려의 존재감은 연극과 실재의 가는 선을 걷는다. 잠에서 깨어나지만 새로워지는 것은 없다. 자유와 허무, 쓸쓸함과 의지가 중첩된다. 그것은 느린 시간 속에서만 일어나는 수행의 과정이다. “느린 속도는 시간을 더하고, 그것을 전개시킨다. 우리가 천천히 먹고 마실 때 먹는다는 행위, 마신다는 행위를 실제 경험할 수 있다. 일종의 저항성도 느린 속도를 통해서 도출될 수 있다. 세계는 점점 더 속도를 요구하고 그것이 현대적 삶의 큰 제약이 되고 있다. 나의 목표는 이러한 모든 제약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느린 무대는 속세의 번잡함을 초탈하기 위한 풍경이다. 그것은 또한 인생을 돌아보는 차이밍량과 이강생의 자화상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