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숙은 한밤중에 향한 병원 응급실에서 해미를 찾는다. 두 사람은 어딘가 애매한 사이처럼 보인다. 집주인과 세입자. 딱 그 정도의 관계. 말숙은 늘 어딘가 우울해 보이는 해미가 불편하고, 자연스레 해미와는 정반대였던 하영을 떠올린다. 하영은 말숙의 손녀였다. 어느 겨울밤, 말숙과 함께 지내던 하영은 아르바이트가 끝나고 상가 건물에서 뛰어내려 죽었다. 유서 한 장 없이 떠났기 때문에 말숙은 아직도 언제나 행복해 보이던 하영이 죽은 이유를 모른다. 해미가 다친 후 말숙과 해미는 매일 함께 점심을 먹는다. 식탁에 앉아 대화를 나누며, 둘의 관계는 이전과는 아주 조금씩 달라진다. 그리고 말숙은 해미를 통해 자신이 몰랐던 하영의 모습을 본다. 눈이 내리던 그날 밤 하영의 모습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