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주정신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진주성 1.2차 전투와 논개의 순국, 진주 농민항쟁, 형평운동 등 진주에서 일어난 굴곡의 역사 속에서 피어난 주제정신(主體精神), 호의정신(好義精神), 평등정신(平等精神)이 바로 그것입니다. 2000년대 초반, 우리 극단에서는 진주정신찾기 시리즈를 통해 논개, 진주농민항쟁, 형평운동, 지리산과 관련된 이야기를 차례대로 무대에 올렸습니다. 지역 사회에서는 역사를 재조명하는 우리에게 관심을 보였고 우리는 나름 자부심을 가졌습니다. 세월이 지나 당시의 작품을 복기하면서 항상 아쉬웠던 것은 역사적 사실에 묶여 현재와 크게 연관을 짓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진주의 옛이야기에 나오는 강목발이 전설, 의적이었던 그가 신출귀몰하는 모습이 마치 도깨비 같다는 상상, 그리고 백정의 후손이 살아가는 마을을 가상의 철거촌으로 설정하여 이야기를 풀어낸 임미경 작가의 초작(初作)으로 비로소 그 아쉬움을 풀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인간의 업(業)이란 무엇일까......? 극단 현장이 다시 시작하는 진주 정신찾기 시리즈입니다. 자시에 태어났으면 대인이 될 놈인데 축시에 태어나서 의적이 되었구나! 의적으로 태어났으나 억울하게 참형을 당해 원귀가 된 참도깨비 강목발이는 저승길을 거부하고 인간의 몸속에 기생한다. 옥황상제 명을 받은 저승도깨비들은 진주시 옥봉동 철거촌에서 강목발이를 봤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그를 잡으러 온다. 하노인은 옥봉동 달동네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는 백정의 자손이다. 질 좋은 한우를 공급하는 장인(匠人)으로 꽤 유명한 그는 천하의 백수건달 아들 하도식과 살고 있다. 그런 하노인에게 철거촌 개발업자 장사장은 끊임없이 집을 팔라고 회유하고, 급기야 노름빚에 허덕이던 아들 도식이 장사장을 찾아가 집을 팔겠다고 약속한다. 자신의 출생에 대한 분노와 아버지에 대한 원망에 사로잡힌 도식은 아버지가 보는 앞에서 이주계약서에 도장을 찍어 장사장에게 넘긴다. 조상 대대로 살아온 집터를 넘길 수 없었던 하노인은 급기야 장사장의 멱살을 거머쥐고 절규하고, 장사장은 그런 하노인과 말리는 하도식까지 인정사정없이 패버린다. 그 순간 분노가 하늘 끝까지 치솟은 도식의 몸속에서 강목발이가 튀어나온다. 지켜보던 도깨비들은 그에게 결계를 걸고 사로잡힌 강목발이는 ““예나 지금이나 인간은 와 변한 게 없노? 속이고 훔치고 등치고 자기밖에 모르고, 내 인간들에게 지옥 맛보게 할란다!”” 라고 소리친다. 이에 하노인은 조상이 지은 업(業)을 간절하게 사죄하고 정성스런 도축의식으로 그를 천도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