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50년 6월 28일. 그날도 금조는 주인집 메밀밭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메밀밭은 드넓었지만, 금조가 키우는 메밀밭엔 메밀꽃도, 메밀도 자라지 않았다. 해가 정오를 막 지날 무렵, 금조는 세간을 꾸려 길을 떠나는 사람들을 내려다보았다. 가슴이 철렁. 금조는 두고 온 어린 딸을 찾으러 주인집을 향해 내달렸지만 이미 모두 피난을 떠난 뒤였다. 침묵. 해가 지도록 점점 더 텅 비어가는 마을을 뒤지며 딸을 찾아 헤맨 금조는 가까운 곳에서 총성이 울린 뒤에야 작은 보따리를 챙겨 피난을 떠나야 했다. 금조 이야기는 그로부터 7개월 뒤, 1951년 1월에 시작된다. 전쟁의 갓길을 훑어가고, 뚫고 나아가는 금조(그들)의 피난 여정은 무엇을 향해 가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