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둠 속 군화 발자국 소리. 밀려오는 물안개, 임진강 안개가 실향민의 혼처럼 꿈틀거리며 올라온다. 군사분계선을 훑는 탐조등. 수면위로 올라오는 혼의 물체가 불빛에 걸려 놀란 듯 수그러진다. 새벽 군사분계선 임진강의 모습이다. 북쪽에 두고 온 아내 금순과 가족을 잊지 못해 평생 힘겹게 살아온 실향민 성민은 살아도 죽어있는 것과 다름없는 삶 속에서 연명하고 있다. 그가 겪는 이데올로기의 대립과 이념은 가족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그저 자신을 가로막는 군사분계선이 원망스러울 뿐이다. 과거의 편린으로 인해 행복하기도 하고 고통스럽기도 한 나날을 보내는 성민은 오늘도 젊은 시절 행복했던 기억과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평생을 죄책감과 원망으로 살아가는 시간을 오가며 고통스러워한다. 하루가 지나면 또 똑같은 하루를 보내며 누군가를 찾는 듯 기다리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