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48년 서울 자혜병원에서 무연고 행려병자로 쓸쓸히 죽어간 여자가 있다. 그 여인은 한국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이자, 진보적 여성 운동가, 문필가로 이름을 날린 나혜석이다. 이렇듯 화려한 이력의 소유자가 왜 그 당시에는 그토록 초라하고 비참한 죽음을 맞이하였을까. 그녀의 활동은 죽음직후 주목받지도 인정받지도 못했다. 그런데 왜 이제 와서 나혜석일까. 왜 우리는 몇 십 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그녀의 작품과 사상을 보며 놀라워할까. 도대체 나혜석은 그 신 세월동안 어디에 파묻혀있었단 말인가. 그리고 누가 파묻었을까. 이 공연은 삶과 사상을 되돌아보며, 그녀의 존재로 대변되는 여성의 사회적 활동, 여성인권 확대가 사회적인 저항이나 기득권과 부딪쳐 갈등을 빚었을 때 발생하는 비극적 상황에 대한 고찰이다. 또한 오늘날의 현실에도 여전히 존재하는 차별과 부조리를 직시하고 성찰하려는 시도다. 음악과 텍스트의 결합, 무대와 조명과 영상의 결합, 무용과 연기의 결합을 통해 관객과 밀접한 거리에서 강렬한 소통을 이루고 싶은 희망을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