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극 ‘채플린, 지팡이를 잃어버리다’는 4개의 에피소드와 그 사이의 막간극으로 이루어져 있다. 1막에서는 행복해 보이는 한 임산부에게 산부인과 청소부는 친근하게 은밀한 이야기를 신이 나서 들려준다. 이때, 병원에 낙태를 하러온 여학생이 들어오고 우연히 대화를 이어가게 된다. 2막에서는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한 채 자꾸만 엇갈리는 연인이 어색하게 마주 앉아 이별을 얘기한다. 그리고 그 대화에는 연애를 해본 사람들이라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묘한 기운이 맴돌아 가슴을 설레게도 하고 답답하게도 만든다. 3막에서는 한 청년이 지하철에서 물건을 팔지 못하고 주춤거리는 사이 능숙한 ‘꾼’들이 나타나 오히려 그들이 파는 물건을 청년이 사게 되는 해프닝을 다뤘다. 마지막 4막에서는 자살을 위해 다리 위에 선 사내의 스토리를 보여준다. 사내는 그곳에서 어떤 노인과 우연히 만나 이런저런 얘길 나누는 사이 조금씩 마음이 누그러져가지만 반대로 노인은 또 다른 상념에 빠진다. 공연의 막과 막 사이에는 백발의 노인이 등장해서 계란과의 끊임없는 사투를 벌인다. 혹 찰리 채플린을 기억하는가? 산업혁명이 일었던 당시 시대상을 고려했을 때, 떠돌이 신사를 연기했던 채플린은 마냥 우스꽝스럽고 익살스럽지만, 그가 전달하려 한 건 단순한 웃음이 아니었다. 채플린은 헐렁한 바지와 커다란 구두, 지팡이와 중산모로 자본주의의 부패함을 풍자적으로 표현하려 했던 것이다. 사람들은 그런 채플린을 보며 희망적인 삶을 꿈꿀 수 있었기에 열광했다. 다시 말해 사람들에게 채플린은 희망이었다. 불경기에 속상해하고 나랏일에 울분하는 2015년 지금, 연극 ‘채플린, 지팡이를 잃어버리다’는 채플린이 그랬듯이 여러분께 희망을 꿈꿀 수 있게 자극할 것이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