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파트 단지 내의 놀이터. 새벽부터 고양이 울음 소리에 아파트 경비원은 놀이터 근처를 배회하며 고양이를 찾고 있다. 밤마다 들려오는 고양이의 울음소리가 마치 갓난아기의 울음소리 같아서 주민들의 민원이 잦자, 고양이를 잡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오늘도 경비원은 고양이를 잡지 못한다. 해가 뜨고 아파트의 아침이 시작된다. 한산했던 놀이터에도 사람들이 한사람씩 나타난다. 출산 후유증을 앓고 있는 신임 주부, 학교를 땡땡이치고 무료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고등학생, 학교가 끝나고 혼자서 노는 초등학생 들이 놀이터에서 시간을 보낸다. 늦은 오후가 되자 아줌마 몇몇이 나와 한참 수다를 떨고, 전셋집을 알아 보러 다니는 10년차 부부도 잠시 쉬러 놀이터에 들린다. 늙은 할머니는 며느리 눈치보기 싫어 놀이터에서 오늘도 오후를 보낸다. 초저녁이 되자 집안에서 담배를 피울 수 없어 놀이터로 쫓겨 나온 40대 가장에서부터, 헤어진 남자 친구를 만나기 위해 무작정 놀이터에서 기다리는 20대 여자, 그리고 헤어짐이 못내 아쉬워 놀이터에서 마지막 사랑을 나누는 커플들이 놀이터를 거쳐가면 살을 빼야 취직을 할 수 있다는 일념으로 열심히 줄넘기와 훌라후프를 하는 취업 준비생이 오늘도 저녁 늦게까지 운동을 한다. 뒤늦게 퇴근한 어느 아빠는 아이들을 데리고 롤러브레이드를 타면서 아이들과 행복한 한때를 보낸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가는 늦은 저녁, 구청에서 벌이는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불꽃 축제를 보기 위해 주민들이 모두 놀이터에 나와 구경을 한다. 그들은 여전히 잡히지 않는 고양이 가족 이야기를 하며, 얼른 잡아야 한다는 측과 젖먹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 고양이의 애틋한 모습이 보기 좋다는 측으로 나누어 연신 말씨름을 한다. 그러다 자정이 가까워오자 산 위로 불꽃이 터지고 사람들은 화려한 불꽃을 넋 놓고 바라본다. 불꽃 축제가 끝나고 사람들은 각자 뿔뿔이 흩어지고, 쓸쓸한 놀이터에서는 여전히 고양이 가족의 울음소리가 그치지 않고 들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