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암 말기인 아버지를 병원에서 시골집으로 모셔오지만, 아버지는 갈수록 병환이 악화되면서 간성혼수에 시달리며 이상한 말을 하며 어머니만 찾곤 한다. 바위같이 단단하고, 태산같이 높아보이던 아버지는 이제 어머니에게 삶을 의존하게 된다. 어머니는 그런 아버지를 한편으로는 안쓰럽게 생각하면서도 내심 원망을 하게 되고 똥질만 아했으면 좋겠다며 넋두리를 쏟아낸다. 아버지의 병투정과 병수발에 지쳐 잠든 어머니를 보며 아버지는 옛날에 아내를 위해 심어주었던 시골집 뜰 앞에 홍매를 보며, 지난날의 추억을 떠올려본다. 무명 연극쟁이 둘째 아들 동하, 좋은 대학 나와 미국에서 좋은 회사 다니며 떵떵거리고 사는 큰아들에 비해 초라하건만 오로지 큰 형만 위했던 아버지를 원망하면서도 하루하루 죽어가는 아버지의 모습을 아린 마음으로 바라보며 임종을 지키려 한다. 풀벌레 소리 가득한 밤, 둘째 동하는 아버지를 등에 업고 마당을 거닐며, 시골집 마당에서 대답없는 아버지를 향해 언제 한 번 아버지와 살을 맏대고 홍매가 어떻고 달밤이 어떻고 고향이 어떤지 얘기해본적 있나 두런두런 혼잣말을 내밭으며 내내 살갑지 못했던 부정과 화해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