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와 같은 평면적 매체를 통해 다층적인 구도를 만드는 것은 내게 쉽지 않은 작업이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형식, 즉 연극을 통해 이를 탐구할 수 있게 된 것은 기쁜 일이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발상은 극장의 관객들을 모종의 질병에 감염시키는 것이다.” 꿈과 역사의 경계지역에 영화적 상상을 불어 넣어온 아피찻퐁 위라세타쿤의 첫 공연무대는 영화와 연극의 근원을 재구성한다. 바로 동굴이다. 동굴은 기억과 신체의 간극을 좁히는 제식적 시공간이다. 죽음과 잠이 중첩되는 경계구역은 곧 두 남녀의 만남이 이루어지고 얽히는 혼재향이기도 하다.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왜 항상 병에 관한 영화들을 보여주는지 알 수 없었다. 우리는 뎅기열, 구충증, 상피병, 말라리아와 같은 비참한 질병들의 모습에 노출되었다. 나는 그 영사실을 ‘열병의 방’이라고 불렀다.” 동굴의 연극적 장치, 아니 연극의 동굴 같은 장치 속에서 어둠과 빛, 과거와 현존, 정치와 몽상, 연극과 영화는 서로를 비추고 관통한다. 이는 또한 작가의 또 다른 신작 의 대체적 서사이기도 하다. 병사와 주부는 서로의 꿈을 횡단하면서, 그리고 다른 작품과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서로를 그리고 자신 스스로를 발굴하고 은폐시킨다. 속에서 그것은 곧 관객의 꿈이 되기도 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