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인공 덕순은 30대 중반의 희곡을 쓰는 작가이다. 10년 전, 자기의 글쓰기를 지지해 주던 엄마가 돌아가시고 지금은 80이 넘어 귀까지 어두운 아버지와 단둘이 살고 있다. 개인적이고 식탐 많은 아버지와 갈등하지만 그런 아버지의 작은 아파트를 떠나지 못하는 자신이 못내 초라하고 원망스럽다. 그 안에서 덕순이의 글쓰기는 세상과의 유일한 소통이며 자신만의 출구다. 하지만 덕순이의 희곡은 세상의 출구 앞에서 번번이 좌절된다. 덕순이의 글쓰기를 지지하는 사람들이라고는 그의 희곡 속에 등장하는 허구의 인물들뿐이다. 잉태되었으나 아직 세상 빛을 보지 못한 등장인물들. 실제(real)와 허구(virtual), 재현(representation)과 현존(presence)이 공존하는 경계에서 덕순이는 이들을 세상 밖으로 내보내기 위해 자신과의 투쟁을 멈추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