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수석은 요즘 비몽사몽으로 무서운 꿈이나 상상으로 공포를 느끼고 있다. 3년 전, 아라가야 유적지 답사, 발굴, 정리를 위해 팀을 꾸리고, 연구 작업실을 말리산과 성산산성 중간에 가건물을 세우고 집기를 옮겼는데, 그때부터 이 이상한 상황이 벌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에는 노처녀의 히스테리 혹은 우울에서 오는 것이라고 가볍게 웃어넘겼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박 팀장은 물론 차 차석, 박 차석, 이 팀원, 이 인턴에게도 전염되어 갔다. 더 두려운 것은 조사, 발굴, 정리 팀이 현장에서 작업할 때마다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흙이 다르고, 공기가 다르고, 쇳물 냄새가 나다가, 수천 년 침묵의 냄새가 난다. 그것뿐이 아니고, 우주로 깊이 들어가는 느낌을 받다가, 마른하늘에서 비가 쏟아지고, 천동번개가 요란해진다. 그리고는 자신들도 모르게 무의식 세계로 들어가는데, 그들이 발굴하는 유적유물이 살아나서 그 시대를 재현하게 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