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자에게 한 통의 편지가 도착한다. 누군가의 부고를 알리는 편지. 그러나 도대체 누가 죽었단 말인가? 여자는 오래된 이름 하나를 떠올린다. 한때는 누구보다 가까웠지만 지금은 얼굴조차 희미한 나의 여자친구 ‘보리’. 어쩌면 이건 보리의 죽음을 알리는 편지가 아닐까? 여자는 뒤늦게 보리를 찾아 나서고, 그 길에서 은퇴한 바둑 기사를, 다단계 회사 리더를, 자신을 만나게 된다. 한편 보리가 머물던 방에는 이제 또 다른 보리가 살고 있다. 바로 원숭이 보리. 인간 보리의 손에 길러진 원숭이 보리는 처음으로 자신이 살던 ‘방’을 떠나 밖으로 향한다. 서로 다른 시간대, 다른 길 위에 선 이들. 그리고 여자는 걷고 걸어 무수한 도시의 방들을 지나 사막에 다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