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년이 더 된 한옥이지만 사는 동안 여러 불편함으로 조금씩 고쳐진 집. 아이들 웃음소리가 나던 작은 마을이었지만, 이젠 거의 모든 집이 독거노인들만 사는 마을이 되었다. 더 이상 정월 대보름에 지신밟기를 하지 않는 쓸쓸한 마을. 이 마을 각 집에 사는 가신들은 늙어가는 할미들의 주름만 세며 따분하게 산다. 낙이라곤 가끔 오는 손주들 뿐. 그마저도 학원에, 캠프에 바쁘다고 통 오지 않는 손주들. 이러다 겨울방학이 끝나갈까 가신들은 걱정이다. 그러다 엄마의 출장으로 갑자기 온 손주(남매)들을 위해 오랜만에 정월대보름에 못한 셀프 지신밟기를 하는 가신들. 나쁜 것들이 집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지켜주는 문신, 집주인과 사주 보듯이 궁합을 보는 토주신, 집 안팎으로 다스리는 성주신과 엄마들의 좋은 벗이 되곤 하는 조왕신, 아이를 지켜주는 삼신, 재물과 복을 주는 업신, 화장실 문을 열기 전에 예절을 중시하는 측신, 물과 장독을 지켜주는 용왕신과 천룡신이 외할머니의 손주들인 남매들을 반갑게 맞이한다. 외할머니가 급한 일로 잠시 외출한 사이, 주인공 남매는 따분해 숨바꼭질을 하며 집안 구석구석을 탐험한다. 옛날 변소 똥통에 빠지기도 하고, 장독을 깨트리기도 하고, 불장난 끝에 집을 태울 위기에 처한다. 출타한 외할머니를 대신해 손주들을 돌보던 가신들은 점점 지쳐간다. 올 때 반갑고 갈 때 더 반가운 손주들이란 말을 실감한다. 집이 불에 탈 위기가 닥치자 손주들과 집을 지키기 위해 모든 가신들과 업신이 힘을 합쳐 비님을 불러 불을 끈다. 한바탕 소동이 잠잠해 진 후, 불장난으로 따뜻해진 안방 아랫목에 누운 남매들은 빈 집에 혼자 있어도 혼자가 아님을, 서로서로 돌봐주는 어떤 존재가 있음을 어렴풋하게 느끼며 스르르 잠이 든다. 외출에서 돌아온 외할머니는 잠든 손주들의 이불을 매만지며 손주들을 돌봐준 영적인 존재들에게 감사의 기도를 올리며 막이 내린다.




